기사 메일전송
봄날에는 -시인 김현숙
  • 포켓프레스
  • 등록 2022-03-22 20:31:07

기사수정

그에게로 갈 수 있었다

벚꽃 풍선처럼 마을 위로 떠오르고

또 몇 날 봄밤은 꽃눈 날리던

그곳에서 살 때

그는 내게로 언제든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에게 가지 못했다

가을비 속에서 피식피식 꺼지며

잘 타지 않는 나를

편지 뭉치와 한 데 묶어 불사르고

한 점 연기로 공중에서 해체되던

그 집 앞을 어쩌다 지나칠 때

머뭇거리는 무언가

작은 대문을 마구 두드리며

나를 불러내는 숨찬 목소리를 듣는다

오랜 시간 집에 묵고 있는 바람

공중 떠도는 희미한 슬픔에게도

덜미를 잡힐까

발걸음 소리를 죽인다 가만가만

 

 

<김현숙 시인 약력>

상주 출생, 교사, 198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물이 켜는 시간의 빛》, 《소리 날아오르다》, 《아들의 바다》외 6권

수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 <후백문학상>, <이화문학상>외

서울시인협회 부회장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