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로 갈 수 있었다
벚꽃 풍선처럼 마을 위로 떠오르고
또 몇 날 봄밤은 꽃눈 날리던
그곳에서 살 때
그는 내게로 언제든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에게 가지 못했다
가을비 속에서 피식피식 꺼지며
잘 타지 않는 나를
편지 뭉치와 한 데 묶어 불사르고
한 점 연기로 공중에서 해체되던
그 집 앞을 어쩌다 지나칠 때
머뭇거리는 무언가
작은 대문을 마구 두드리며
나를 불러내는 숨찬 목소리를 듣는다
오랜 시간 집에 묵고 있는 바람
공중 떠도는 희미한 슬픔에게도
덜미를 잡힐까
발걸음 소리를 죽인다 가만가만
<김현숙 시인 약력>
상주 출생, 교사, 198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물이 켜는 시간의 빛》, 《소리 날아오르다》, 《아들의 바다》외 6권
수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예술상>, <후백문학상>, <이화문학상>외
서울시인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