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들고 나온 15000원짜리 지폐에서
면벽 중인 그녀와 난 고요하게 바라봤다
주저리 육십을 넘긴 기억들을 매달고서
해 질 녘 뿌연 안개가 돌담을 타고 넘다
반쯤 닫힌 문 앞에서 가슴에 칼금 긋듯
뜨거운 빛과 어둠의 경계를 부려놓았다
눈 쌓인 늑골이 한순간 움찔거리고
우수수 먹물 같은 어둠이 짙어질 땐
선창가 바다 비린내가 덩달아 허우적댔다
사방으로 흩어지던 층층 한 붉은 불빛
텅 빈 방이 되어버린 마음 구석에 멈췄다
한끝이 기울기 시작한 벼랑에 기댄 사람처럼
[이상호 시조시인 약력]
- 전남 장성군 삼서면 대곡리 한실 출생
- 전남대학교, 광주대학교 대학원 졸업
-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전담강사
- 문학박사, 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