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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지 똥통 -시인 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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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2-01-16 20: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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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이오 때의 시

 

옹박지 같은 집에 

옹박지 같은 방에 

옹박지 똥통 하나 헛간에 뇌두고 

옹삭스럽게 흙 담을 쌓고 대문도 없이 할머니가 살았구만 이라우 

 

숨소리도 녹아내릴 것 같은 적막을 짖어대는 똥개가 밤을 깨우는데요 

밤손이 내려오는 밤은 숨겨놓은 식량을 두더지처럼 뒤져 가고

마포바지 방구 빠지듯 어둠을 뚫고 산으로 올라갔지라우 

 

그 밤 할머니네 집은 판자 두 쪽 덮은 옹박지 똥통을 밤손이 이고 갔드랑께요 

된장독인줄알고 산중턱까지 이고 갔다가 옹박지에서 품어내는 향기를 맡고 살맹이 내려 놨드랑만요 

 

언제나 밤손이 들면 지서에서 나와 뒷조사를 하고 품목마다 신고 했는데요 

할머니는 호랭이 물어갈놈들이 똥통을 삶아 묵을 라고 가져가 부렀소야라며 울먹였데요 

 

없어진 똥통 때문에 화가 잔뜩 난 할머니는 호미 들고 밭에 갔는데요 

영문 모를 산비탈 보리밭주변에 냄새를 파도처럼 풍긴 옹박지가 앉아 있드래요

 

구린내 난 똥통을 만난 할머니는 비료처럼 밭에 부어주고 빈 옹박지만 이고 오는 데요 나는 반란군이 무섭등만, 반란군은 내 똥통을 더 무서워하는 개비여 했드랑만요 

 

 

 고영숙 시인 약력

≪대한문학≫ 시, 수필 등단. 광주문협 한국문인협회 곡성지부 부회장. 서은문학회원 대한문학 작가회. 시 · 수필집 「 한가한 날의 독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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