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들 사납게 지구를 뒤흔든다
인간들 혼란 뒤따라 불고
하늘은 눈감고 묵묵하고
겉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는 열정에
발 동동 구르며 숯덩이처럼 까맣게 애 태우는 영장들
한방에 휘둘러 유령 제압할 도깨비방망이는 없을까?
턱 괴자 바퀴없이 굴러가는 생각눈동자에 맹꽁이 울음 스미고
날개없는 눈깜빡할새 한 마리 눈거품 풀풀 날리며 날아오른다
강물에 출렁이는 어스름 왜가리 다리 더욱 외롭게 하고
찬바람 빗질하던 햇빛 그물에 걸려 파닥인다
인간은 황새 뱁새 구분 허세 범람하며
낡은 습 무럭무럭 키운다
하루살이도 반날살이도
부자도 가난뱅이도
평등해지는 시간
유령이 흔드는 투명깃발 앞에서
소리들 야위어가고
바람은 허공을 분양 받아 이랑마다 푸른근심 모종한다
우후죽순 자라나는 푸른근심 앞에서
소름 끼치도록 평등해지는 시간
[이서빈 시인 약력]
■ 경북 영주 출생 ■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달의 이동경로’‘함께, 울컥’ 민조시집‘저토록 완연한 뒷모습’
■ 시인뉴스 . 모던포엠 . 현대시문학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인성교육위원, 국제 펜 회원.
■ ‘남과 다른 시 쓰기’ 시창작반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