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잎 팔랑거릴 때는 윤기도 났다
무슨 조화였을까
갈색 산마루로 오르는 생의 산등선에서 무얼 그리 숨길 게 있었는지
남자는 자꾸 배가 나오고 있었다
푸른 잎의 시절로 돌아가라 돌아가라
어느 날
병원엘 들러 속을 다 덜어내고 왔다
그것들이 남자의 몸을 지탱하는 바지랑대였을까
이제 남자는
프른 잎도 갈색 잎도 아닌 그림자가 되었다
철없는 아내는
허공에 홀로 떠 있는 하현달처럼 붉게 울지도
추위에 떠는 이월 매화꽃처럼 떨 수도 없었다
속없는 남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문인선 시인 약력}
1997년 <시대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천리향” “날개 돋다”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