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마침내 붉은 해가 떠오른다
방금 바다에 해가 떠오른 순간
저마다 간직한 소망도 함께 빛난다
아름다운 생명의 광채
사랑하라, 사랑하라
잘 닦은 마음 거울 하나 밝히듯
뜨거운 핏줄 타고 맥을 짚어오는 이 땅
저 빛나는 해를 보는 것은 살아있음의 축복이다
춥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
엄동설한에도 밟으면 밟을수록
푸르게 일어서는 청보리의 삶
문득 세상의 모난 것이 둥글어질 때
가장 겸허한 순간 용서하라, 용서하라
겨울이 깊을수록 따스한 봄이 멀지 않듯
하늘과 바다가 한 몸이 된 새해 아침
瑞雪을 머리에 얹은 경건한 소나무
겸손히 귀를 열고 天音을 듣는다
[진순분 시인 약력]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문학예술』 시 등단
윤동주문학상, 시조시학상 본상, 한국시학상, 수원문학작품상 수원예술대상 외 다수 수상
시집 『익명의 첫 숨』 외 5권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감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이사, 수원문인협회 수석부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PEN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