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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 -시인 정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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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2-28 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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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었다

헤맬수록 더 헤매고 싶었다

부대낄수록 더 부대끼고 싶었다

바람의 어깨 너머 더 높은 가지에 이르고 싶었다

높고 거친 험지일수록 머물고 싶었다

아찔한 낭떠러지일수록 발붙이고 싶었다

참나무 껍질 구석에 묻어둔 마음,

떨며 비 맞으며 막힌 곳에도 틈이 생겼다

아, 겨울! 그대들이 대지 위에서 거니는 동안

홀로 세상과 격리된 만큼 점점 부풀어

어느새 치렁해진 머리칼 사이사이 

노란 꽃망울들이 맺히네…… 피어나네

춥고 배고픈 하루가 노란 열매로 노숙露宿하네

나는 높이를 가졌다, 벼락의 눈을 가졌고 깊이를 가졌다,

새들이 와서 목숨을 적시면 먼 데로

또다시 가뿐히 따라가는 성성적적惺惺寂寂이라네

 

 

 

<정복선 시인 약력>

1988년 《시대문학》 등단. 시집 『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 등 7권과 영한시선집 『Sand Relief』, 평론집 『호모 노마드의 시적 모험』, 동인지 『현대향가』 제1-4집, 『유유』 제1집.

한국시문학상, 한국꽃문학상대상 외. 한국시협회원, 국제PEN한국본부자문위원, 한국경기시협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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