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단시장 길목 목욕탕 앞
못 박고 사는 옷 수선집 그녀
손 맵시가 좋아
코로나 요즘도 일감은 넘친다
바짓단 고치러 처음 문을 밀치던 날
마실 온 동네 아줌마들 수다 속
재봉틀 한 대가 오후를 돌렸다
새댁은 처음 본다고 이사 왔냐며
실을 뽑듯 호구조사 들어간 후
매듭도 풀어주고 바짓단도 뜯어주다
목욕탕도 함께 갔다
바지를 입다 지퍼가 벌어졌다
수선하고자 몇 년 만에 찾은 그녀
발끝으로 남자와 여자를 돌려가며
눕혔다가 일으킨다
싱싱한 바늘이 입담과 함께
발과 손이 하나가 되어 골목을 깁고 있다
[박혜숙 시인 약력]
시인,수필가,시낭송가, 한국문협 한국사편찬위원. 부산문인협회시분과위원장. 한국동서문학 편집위원, 새부산시협부회장 겸 사무국장, 부산펜부회장, 부산불교문협부회장, 부산문학상 대상, 부산시인상 외 다수, 대통령표창장. 한국문학신문기자. 시집 《창밖에 들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