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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수선하다 -시인 박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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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2-20 18: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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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시장 길목 목욕탕 앞 

못 박고 사는 옷 수선집 그녀

손 맵시가 좋아 

코로나 요즘도 일감은 넘친다

 

바짓단 고치러 처음 문을 밀치던 날

마실 온 동네 아줌마들 수다 속

재봉틀 한 대가 오후를 돌렸다

새댁은 처음 본다고 이사 왔냐며 

실을 뽑듯 호구조사 들어간 후 

매듭도 풀어주고 바짓단도 뜯어주다

목욕탕도 함께 갔다

 

바지를 입다 지퍼가 벌어졌다

수선하고자 몇 년 만에 찾은 그녀

발끝으로 남자와 여자를 돌려가며

눕혔다가 일으킨다

싱싱한 바늘이 입담과 함께 

발과 손이 하나가 되어 골목을 깁고 있다

 

 

[박혜숙 시인 약력]

시인,수필가,시낭송가, 한국문협 한국사편찬위원. 부산문인협회시분과위원장. 한국동서문학 편집위원, 새부산시협부회장 겸 사무국장, 부산펜부회장, 부산불교문협부회장, 부산문학상 대상, 부산시인상 외 다수, 대통령표창장. 한국문학신문기자. 시집 《창밖에 들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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