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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새와 당나귀 -시인 배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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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1-29 20: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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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가 끈질기다는 건 맞섬과 바꾼 생의 환산이다 

밟아도 밟아도 무너지지 않는 

끈기의 힘줄

노새를 닮아서일까

조랑말 따위로 비하했던 시대의 발굽은 

달린 거리를 비례로 

대륙을 밟고 노새의 영역은 넓어져왔다 

갈기 휘날리는 쪽은 언제나 광야를 향하고

탱탱한 근육이 사람을 향할 때 비로소

목장의 고삐는 순응을 위한 갈기를 접는다

수레를 끄는 나귀가 짐꾼이라는 속설도 

당나귀 방울소리가 예감하는 바람이 스쳐갔기 때문이고 

언제나 예감은 등대처럼 길을 여는 열쇠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발굽 아래 정복은 결코 쉽지 않은 굴종이 도사리고

생경한 것도 모두가 생을 만나는 처음이다

노새면 어떻고 당나귀면 어떠랴

참고 견디는 한계의 디딤돌인데

고단한 수행을 딛고 묵언이 생의 무늬였을 노세와 당나귀

감히 누가 따를 수 있으리

하루에도 수만 번 갈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배문석 시인 약력]

전남 무안에서 출생하여 1978년 《문예정보》로 문단에 문명을 얻었다. 시집 《詩가 된 물고기 世上》 《나비, 시를 꿈꾸다》 《바람 위의 집》 《황조롱이 날개 위에 올라》 《그 물감에 얼비치는 낯 설음》 《격렬비열도 날개 달다》 외 발표문집 다수와 칼럼선집 《침묵, 그 깊은 혀의 반란》 《인간의 사회적 통섭 조건》, 《공감과 이해 한뼘 안의 사색》 공저 《겨울나무로 서자》 외 다수가 있다. 2015경북일보문예대전, 제8회 해양문학상, 국보문학 대상, 계간문예작가상, 2020년 대한민국시인상 금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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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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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s5820002021-11-30 10:45:56

    산다는 것에 대한 단상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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