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도 가을이 왔다
울고 싶은 놈들 우는 소리
소란하다 나무들마다 짐 보따리 싸느라
술렁인다 헤어질 걸 아는지
참싸리나무 벌겋게 취했고 누리장나무
얼마나 토했는지 얼굴이 허옇다
멧비둘기 목이 메이는지 저 계곡을 올라오지
못한다 숲에도 가을이 왔다
그래 울고 싶은 놈들은 다 울어라
떠나고 싶은 놈들은 다 떠나라
울음이 그치면 은산철벽 침묵이리라
침묵이면 그 자리 내 시가 씨앗을 품으리라
떠나고 싶은 놈들 다 떠나면
낙목한천 적막이리라 적막이면
그 자리 내 언어의 지팡이 꽂으리라
아, 가을이 왔다
-----------------------
[허형만 시인 약력]
1973년 『월간문학』(시), 1978년 『아동문예』(동시) 등단. 시집 『황홀』 『바람칼』 『음성』 등. 중국어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