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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을이 왔다 -시인 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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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1-24 15: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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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도 가을이 왔다 

울고 싶은 놈들 우는 소리 

소란하다 나무들마다 짐 보따리 싸느라 

술렁인다 헤어질 걸 아는지 

참싸리나무 벌겋게 취했고 누리장나무 

얼마나 토했는지 얼굴이 허옇다 

멧비둘기 목이 메이는지 저 계곡을 올라오지 

못한다 숲에도 가을이 왔다 

그래 울고 싶은 놈들은 다 울어라 

떠나고 싶은 놈들은 다 떠나라 

울음이 그치면 은산철벽 침묵이리라 

침묵이면 그 자리 내 시가 씨앗을 품으리라 

떠나고 싶은 놈들 다 떠나면 

낙목한천 적막이리라 적막이면 

그 자리 내 언어의 지팡이 꽂으리라 

아,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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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 약력]

 1973년 『월간문학』(시), 1978년 『아동문예』(동시) 등단. 시집 『황홀』 『바람칼』 『음성』 등. 중국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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