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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 -시인 도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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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1-20 14: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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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 먼저 가 누워 있어 향기로운 흙

진한 황토빛으로

돌배와 돌감이 순종으로 익고

싸락밤 도토리 영글어 톡톡 떨어지는 산

오늘은 혼자서 오른다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일상의 짐

시원하게 벗어버리고

햇볕 잘 드는 봉긋한 무덤 포근한

잔디에 앉아

원시의 몸부림 섞어 울어 본다 마음껏

그러면

산을 닮아 맑아진 눈으로 산이

버리고 간직하는 것

오랜 기다림 후에 소담스레 안아 기르는 것

무엇인지 보일까

 

비비새 가벼이 날고

가끔씩 산꿩이 무겁게 울어

소나무 가지에 달이 뜨면

누이와 함께 나비를 잡던 예닐곱 살의 나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이 먼저 가 누워 있어 더욱

향기로운 가을 산

꽃 같다

불 같다

 

 

[도경회 약력]

2002년 계간 《시의 나라》 신인상 등단. <셋> 동인.

시집으로 『 노래의 빛 』 『 외나무다리 저편 』 『 말을 걸었다 』 등.

현) 진주보건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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