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 먼저 가 누워 있어 향기로운 흙
진한 황토빛으로
돌배와 돌감이 순종으로 익고
싸락밤 도토리 영글어 톡톡 떨어지는 산
오늘은 혼자서 오른다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일상의 짐
시원하게 벗어버리고
햇볕 잘 드는 봉긋한 무덤 포근한
잔디에 앉아
원시의 몸부림 섞어 울어 본다 마음껏
그러면
산을 닮아 맑아진 눈으로 산이
버리고 간직하는 것
오랜 기다림 후에 소담스레 안아 기르는 것
무엇인지 보일까
비비새 가벼이 날고
가끔씩 산꿩이 무겁게 울어
소나무 가지에 달이 뜨면
누이와 함께 나비를 잡던 예닐곱 살의 나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이 먼저 가 누워 있어 더욱
향기로운 가을 산
꽃 같다
불 같다
[도경회 약력]
2002년 계간 《시의 나라》 신인상 등단. <셋> 동인.
시집으로 『 노래의 빛 』 『 외나무다리 저편 』 『 말을 걸었다 』 등.
현) 진주보건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