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목에 조선 개국 이상의 수만큼 들어선 은행나무가 샛노랗게 물들면 속속들이 초겨울처럼 떨어지고, 새봄처럼 날리고 푸른 은행잎이 다시 피어날 거라는 예상은 적중했지만
내 나이 먹는 일그러진 얼굴에 입주한 흰 머리카락과 눈가에 피어난 주름살은 하나둘씩 귀찮을 만큼 부지기수로 늘어만 갈 뿐, 청춘 시절의 나이로 결코 되돌아갈 수 없군요
되돌릴 수 있기에 한 곳에 묶어 고행을 두었고
되돌릴 수 없기에 여러 곳을 둘러 다닐 잠행의 기회를 주었다지요
참, 공정과 균등처럼 슬프다가도
그놈의 페널티 때문에
꽉 다문 생각에 씁쓸히 웃곤 하지요
내 생에 뿌리내린 이동수도 그만큼 고달프지만
은행나무 발은 얼마나 갑갑하고 좀이 쑤신 듯
해마다 이 나뭇잎, 갈바람으로 떨구어 울까요
[이종근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석사) 졸업함. 계간《미네르바》등단함.『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기념시집』,『부마민주항쟁의 재조명과 문학작품』,『부산김민부문학제』,『상주동학농민혁명기념문집』,『낙강시제(洛江詩祭)시선집』,『대구10월문학제』등과 동인지『공인인증시』에 참여함. 그리고《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박종철문학상》,《부마민주항쟁문학창작공모전》,《빛고을문예백일장》,《국립임실호국원나라사랑시공모전》,《전국효석백일장》,《문예바다공모시》등에서 수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