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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산(馬井山) 꼭대기 샘물 되신 이여 -시인 유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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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0-26 07: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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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얄팍한 내가 밉지만 

나는 당신 가신 슬픈 가을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스무 살 

젊은 청년이 짊어지기엔 너무도 버거웠을 

‘아버지’라는 이름의 긴 세월

 

찌는 여름엔 시원한 그늘로 

북풍한설 찬 겨울엔 따뜻한 바람막이로 

그리고, 그리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마지막 밑동 같은 

든든한 버팀나무로 

 

2020년 10월 22일에서 

2021년 10월 22일

차마 당신의 부재를 인정하지 못한 채

우리 생애 달력에서 자취 없이 사라진 

일 년이란 시간을 힘겹게 지냈습니다.

 

먼 훗날 재회의 그날 올 때까지

당신을 향한 그리움 절절한 이 마음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겠지요.

 

슬픈 가을 오면 당신 계신 곳

마정산(馬井山) 정상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늘 그랬듯 ‘유목상 다마소’ 대리석의 묘비는 

그날도 따뜻하겠지요

두 팔 벌려 반겨주시는 아버지의 넉넉한 품이겠지요

 

나이 먹은 막내딸 당신 곁에 누워도 보고

묘비 속 당신 얼굴 어루만지며 

“아부지, 아부지” 큰 소리로 불러도 보고 

당신과 함께했던 반 세기 넘는 세월 

생에 있어 유의미하고 행복한 나날이었음을 감사하면서

 

마정산 꼭대기 달디단 샘물 되신 이여

용띠의 당신 홀로 남긴 채 돌아설 때도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과 영롱한 햇살 

당신 외롭지 않게 사계절 내도록 함께 할 테니 

결단코 눈물 보여 슬퍼하지 않을랍니다 

 

 

[유경희 시인 약력]

2016년 <한국시학> 신인상 등단. 경기시인협회 회원. <셋>동인.

시집; <하룻강아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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