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노려보며 웅크리고 앉아
손톱으로 바위를 긁어댄다
나누면 행여 반이 될까
닫아건 쪽문 빼쪼롬이 열었다가
쓸려 들어온 바람에 비틀 거린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동그라미
커졌다 점이 되었다 맴을 돌다가
섬을 휘감는다
바다 가운데 갇혀있는
곧추 섰다가 주저앉곤 하는 머리카락들
바람이 스칠 적마다 떨다가 심장이 오그라든다
울음마저 잊어버린 두 눈 허공에 매달릴 때
누가 보았을까
시뻘건 노을로 울음소릴 푼다
뜬금없이 육지가 다가와 발밑에 밟힌다
[윤인경 시인 약력]
『조선문학』으로 등단(1993). 시집 :『시의 얼, 시혼의 숲』외
조선문학상 수상. 조선문학회회장, 조선문학진흥회회장 역임
현) 한국좋은시공연문학회고문 및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