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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시인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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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10-05 19: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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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없이 자란 나는이웃집 누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눈 뜨면 조르르 달려가기 일쑤였다
누나가 주던 누룽지나 과자는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가 되었고
누나가 즐겨 부르던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다
누나에게 나던 분 냄새가 좋았다
댕기머리 날리며 뛰어가던 뒷모습은
내 맘 속 예쁜 그림으로 걸려 있다
웃을 때 가지런한 이가 너무 고왔다
가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괜스레 얼굴이 달아오르고
두근거리는 가슴 들킬까 봐
먼 산을 보는 척 했다
해바라기처럼 자라 어른이 된
내 곁에는 지금도
열여섯 누나가 살고 있다

  

 

[최호림 시인 약력]

1979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개살구야 개살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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