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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시인 박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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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9-10 09: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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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숨을 곳 찾다가 붉게 뛰어든다

저녁이 덮치기 전에

전설의 경계를 밟고서 

 

서러운 작살에 울부짖음 번지면

포경꾼들은 

뼈와 살이 눈물처럼 흩어지는 

바다의 어린 기억을 잡아 낚아챈다 

 

동백의 개화로 

죽은 숨결이 다시 열린다는 설만

수평선에 걸쳐 둔 채 

 

고래는 섬의 목탁 소리 물고

엉켜 있는 천리 길 풀면서

주먹이 판치는 폭풍 속으로 내던져질 때마다

찢긴 지느러미와 뿌연 연기의 

벽만 높인다 

 

바닥에 엎질러진 울음에도

단단한 저항의 힘으로 일어서며 

치솟는 향기,

이제는 절 앞마당에서 

고요히 가부좌 틀고 있다 

 

제 숨 밀어넣어 아린 무늬 키우는 고래,

열병 앓듯 온몸 펄펄 끓다가 

쏘아붙인 상흔들 가라앉히며

화엄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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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은 시인 약력]

문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계몽사 아동문학상 수상, 항공 문학상 수상, 여수 해양문학상 수상

국제현대미술우수작가전 서양화 대상 , 한국창작문화예술대전 서양화 대상 

국제종합예술대전 서양화 대상. 현)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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