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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별 -시인 조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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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9-06 08: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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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둑길을 걷는다

이제 그만 푸르러야겠다고

갈대들 허연 머리를 나부대며 말한다

유리컵처럼 투명한 하늘로 빨려들었는지 

동천지킴이 왜가리도

소실점 되 사라지고

마른 향기를 흔들어 쏟아내던 구절초도 고개 꺾어

목탄화 그림의 배경이 되고

꽃들이 키를 재며 향기를 쏟아내던

흔적을 지울 양 들녘으로

늦가을비 흐렁흐렁 울며 내리고

나도 부질없이 쥐고있던 가을을 놓아주어야겠다

떠날 것은 다 떠나라

여름 밀어내고 가을 들고

가을 뒤안으로 겨울 오고

겨울 끝자락을 붙잡고

봄은 오겠지

언제 한 계절이라도 비워둔 적 있던가

 

 

[조남훈 시인 약력]

충북 음성 출생. 62년 충청일보 시 발표 등단. 64년 <잉여촌> 창간 동인.

시집; “지적도에도 없는 섬 하나”“숲에는 문이 없다”외 다수.

창릉문학상, 남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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