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햇살처럼
무심해져야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엎드려 절을 한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
바닥에 이마를 댄 슬픔
묵묵히 젖어
한 걸음 한 걸음 내 모든 초행길이 젖어
천천히 소모하는 슬픔은 모두가
다른 색깔
지나가는 바람처럼 무심해져야지
수십 번 다짐을 하면 수십 번
얼굴이 사라지고 수십 번 마음을 바꾸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 있는 슬픔
아직 창밖의 봄꽃에 마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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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 시인 약력]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시문학』에 ‘어머님의 품’외 4편으로 우수작품상 등단. <빈터>동인, (사)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상처가 스민다는 것 』『타오르는 생 』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