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을 밤 -시인 윤석산(尹錫山)
-
나는 아직도 세상의 중심이고 싶네.
풀벌레 소리 가득한 가을 밤
달은 휘영청 하늘 위로 떠오르고
들판 가득한 풀벌레 울음소리 모두 모두 끌...
- 2020-08-26
-
- 새는 시인 변종환
-
새는 바람 속으로 훨훨 날다가
빈 나무 가지 끝에 내려앉지만
내려앉기 전 새는,
저울질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무게를 알 수 있을까
무리지...
- 2020-08-25
-
- 긴 장마를 지나고 -시인 정순영
-
슬프고 지루한 장마에 콜록콜록 감기에 걸린
축축한 마음을
처서의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높이 치켜 말리자
편린片鱗의 달콤했던 순간의 우쭐...
- 2020-08-24
-
- 대숲의 죽순처럼 -시인 김옥균
-
그대가 세상에 지친 삶을 노여워하며
머리를 숙이거나 몸을 눕히지 않아서 좋다
그대가 만약 횡으로 또는 비스듬히
하늘을 향해 첫 순을 솟구...
- 2020-08-21
-
- 그해 여름 -시인 김다솔
-
이끼 낀 연못의 물레방아는 오랜 세월을 지키며 돌아가고 있다
달빛이 창가에 드리울 때면
밤빛 바다가 그리움으로 울고 있었지
하얀 ...
- 2020-08-20
-
- 지네발 난 2 -시인 김유신
-
되도록
얕은 얕은 시선에서 뵈는
바위에서나 나무껍질에 붙어서 기어오르는 듯
기어내리는 듯
가장 절제된 생명체
마음을 비운 곳에 찾아...
- 2020-08-18
-
- 지붕위에 황소 -시인 강영환
-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물러나기 전
장마가 몰고온 홍수가
마을에 들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서둘러 몸만 빠져 나갔다
축사에 남은 소들은 울...
- 2020-08-18
-
- 각시 붓꽃 -시인 김성춘
-
고사리 새순 돌돌 말아 올리는
4월도 하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 가다 만난
숨겨 논 情婦 같은 너!
호젓한 산길에
숨은 듯 나도 피...
- 2020-08-16
-
- 폐 선 -시인 이지언
-
슬프게도 소리 내지 못하는 건반처럼
가혹한 형벌을 받는 듯
삼키지도, 밷지도 못하는
입 다문 사물의 통증으로 가득 찬
체념어린 눈빛으로 ...
- 2020-08-14
-
- 흠모하는가, 점점 미쳐가는가 -시인 이종근
-
1.
백석이 시 한 줄 노트에 쓰면
나도 백석의 시 한 줄 노트에 슬쩍 베껴 써야지
백석이 군불 지핀 가마솥에다가 감자를 찌면
나도 장작 ...
- 2020-08-13
-
- 거류시인 만평매화원 -시인 문인선
-
그대, 서러워했나요?
매화나무 한그루 심을 땅 한 평 없다고
그대 넓은 가슴 펼쳐보아요
만평 땅은 될텐데요
은하수를 당겨 폭포를 만들...
- 2020-08-12
-
- 팬더 -시인 박정해
-
히말라야 동쪽 끝에 피는 꽃처럼
눈 가장자리 흰 색 반점이 아름다운 너
밤이면 참나무에서 내려와
숲을 배회하다
큐피트의 화살처럼 열매...
- 2020-08-11
-
- 독도 우체통 -시인 김 종
-
긍께말이여라, 나가 쥐방울만 할 때는 춤 발라 우표딱지 붙여갔고 우체통에만 넣어주면 팔도사방 어디든 착착 배달된다고 배웠당께요. 그래서 골치 ...
- 2020-08-10
-
- 글을 쓰는 내 마음 -시인 고하 조유자
-
글을 쓰는 마음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스스로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
밥 먹는 일, 돈 버는 일,
상관없이 그저 마음속의
거울을 통...
- 2020-08-07
-
- 세상엔 -시인 이영순
-
꽃도 바람도 그림자까지
너무 외로워서 몸살을 하고
강물도 외로워 바다로 다림질한다
외로운 세상
생각의 좁은 길은 시간을 힘들게 하...
- 2020-08-05
-
- 불멍 -시인 조유진
-
살아온 날들의 후회와
무거운 짐들을
쉴새없이
아궁이에 밀어 넣는다
자신감 없는 것들도
자꾸 밀어 넣는다
어제처럼 선명...
- 2020-08-05
-
- 망초 -초원 원임덕
-
이름을 잊어 망초라 했나
잊은 이름 찾으려 들판을 헤매이다
돌아갈 길 잊었는가
그래
흐드러지게 살아 보는 거야
지천으로 피어 난다고
...
- 2020-08-04
-
- 오늘 -시인 류명선
-
절망 없는 밤길을 걷게 하소서
부질없는 세상의 것들이 몰려오더라도
후회 없이 도려낸 상처들을 씻게 하소서
오늘, 가난한 마음에 기쁨을 주...
- 2020-08-04
-
- 김치전戰 -시인 홍종철
-
유산균 균사가 군사로 돌변하여 침샘을 맹공 했다
난리 통에 혓바닥이 얼얼했다
이성을 다해 진정하려 했지만
역지사지를 부르짖던 혀가
...
- 2020-07-31
-
- 파도 -시인 강미정
-
당신과 나 사이를
초록파도가 지난다 허공으로
허공의 초록파도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실려온다
나무의 근육이 바람에 부드럽게 휘는
이 순...
- 2020-07-30
-
- 래소사 백의관음 -시인 정광덕
-
중생을 보듬으려
인욕의 다리 건너
토닥여 등 두들기는
자비심 가히 없고
더없이
고우시어라
래소사 백의관음
거니신 자...
- 2020-07-30